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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돈보다 남자’

 

경매를 업으로 삼고 지내왔던 시간만큼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길지 않은 인생사에서 이런 일만은 겪지 말고 살아야지 하는 것 중 하나가 경매를 당하는 일이다. 돈이 많았거나 직위가 높았거나 존경을 받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는 일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지금 이야기하려는 여성 점성가다. 점잖게 표현해서 점성가이지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르는 ‘무당’이다. 한때는 꽤 유명했는지 많은 돈을 모았다고 한다. 집도 장만하고 고급스러운 살림살이도 갖추고 살았는데 신이 그녀를 버렸는지 망조가 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살던 집까지 경매 매물로 나오게 됐다.

 

신이 내린 집이여서인지 경매가가 시세보다 많이 감소했는데도 낙찰되지 않고 있었다. 응찰자들에게는 점유자를 신과 함께 명도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던 모양이다. 세상살이가 모두 ‘호기심천국’이었던 필자는 겁도 없이 신당으로 쓰는 주택을 덜커덩 낙찰받아버렸다. 잡신명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다는 자긍심으로 이 매각물건을 받았다.

 

향냄새 가득한 집안에서 나이 든 여자 점쟁이를 만났다. 괜한 선입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은 가부키 분장을 한 일본 기녀 같았고 눈빛은 어두운 방안을 밝히고도 남을 광기가 서려 있었다.

 

아! 세다.

 

납량특집 드라마에 재물로 캐스팅된 느낌이었다. 세상에서 젤 무서운 얼굴을 한 장군인지 기둥서방인지 모를 인물들이 재단 앞에 서서 내 키보다 더 큰 청룡도를 들고 내리칠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 앉은 지 꽤 되었는데 말이 없다. 점쟁이의 침묵은 신비스러운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최고의 ‘빽’그라운드였다. 오금이 졸아드는 신변의 변화를 느끼며 앉아있었다. 이분이 묵언 수행 중이신가? 많이 바쁘신 거 같은데 다음에 올까?

 

궁둥이를 빼려는 순간, 점쟁이가 동굴 속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무겁게 한마디 던졌다.

 

“나 언제 나갈 거냐고 물어보러 왔지? 내가 다 알아”
(그럼 내가 여기 왜 왔겠어요? 명도하러 왔지. 그런 건 나도 알겠다.)

 

“돈 받으러 간 신랑만 귀가하면 집 비워줄 거야 걱정하지 마”
(어디서 반말지거리야! 기분 나쁘게! 반말이 입에 뱄네! )

 

“언제 나갔는데요? 저녁에 와요?”
“응. 나간 지 2년 됐어. 곧 올 거야. 나는 그 사람 없으면 못살아. 당신이 찾아주면 고맙겠는데.”

 

집이 경매 넘어가서 비워줘야 하는 상황인데도 돈보다 남자?
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집 나간 아저씨를 제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찾아드려요?! 점쟁이 하시면 신 모실 거 아닙니까. 신에게 아저씨 어디 있는지 물어보셔요. 나한테 묻지 말고….”

 

“그건 안 돼!

 

“왜요?”

 

“우리 애기동자신은 어려서 남녀사랑을 몰라.”
(애기동자신 모셔요? 아줌마, 아동 학대 그만하시고 갱생하셔요.)

 

끝내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신기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내가 봐도 바람나서 나갔는데 신기에 광기까지 있어 보이는 무당은 이걸 모르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윤식 ㈜밝은미래투자 대표
다음 카페 ‘프리버드 경매 이야기’ 시샵
랜드프로 부동산 경매 교수
EBS·KBS 부동산 실무 담당교수
굿옥션 상담위원
저서 ‘365일 월세 받는 남자의 고수익 나는 경매’

http://cafe.daum.net/liberal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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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25 1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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