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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 기고에 이어 도시를 재생하는 재개발 재건축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재개발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다음 단계로 조합이 구성되는데 이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심심치 않게 조합장 문제가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것일까?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추진위원회가 소유자 4분의 3 이상(재개발은 추가로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재건축은 추가로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고, 시장·군수의 설립 인가를 받으면 조합이 설립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주체가 된다.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은 본래 행정주체가 해야 할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행정주체와 같은 지위를 부여받아 그 조합이 하는 행위는 행정처분이 된다. 이를 다투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즉, 조합의 행위를 취소하려면 민사소송과는 달리 그러한 행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 기간 이후에는 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지 않은 한 사실상 무효가 되기는 어렵다.

 

또 조합 창립총회의 하자에 대해 법원은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고, 공무원들도 조합 설립 과정에서 75% 이상 조합원이 동의서를 냈는지 형식적으로 심사하므로 사실상 조합과 관련해 다투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장(長)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므로 누가 시켜주어도 골치만 아플 것 같은데 실상은 서로 조합장을 하겠다고 나서고 파벌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왜일까? 매월 꼬박꼬박 주어지는 보수와 판공비, 수당이 부럽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가격을 10억 원으로 가정할 때 1000가구를 분양하면 분양대금은 1조 원이 되고, 이 정도 규모의 공사비는 수천억 원이 될 테니 그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합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책임 문제가 주목받으면서 조합장이나 조합 임원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조합 채무를 연대 보증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조합장이나 조합의 이사를 할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연대보증서에 도장을 찍으려면 형식적이니 걱정할 것 없다는 말만 믿지 말고, 서류를 잘 읽어보고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후 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리고 정비사업구역 내 재산을 양도하거나 임원 지위를 사퇴할 때는 과거에 날인했던 서류의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그 이후 발생하는 채무를 면할 수 있다.

 

조합에도 총회가 있어 이를 통해 조합원들은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모든 조합원이 총회에 직접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총회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하고, 서면 결의서를 낸 조합원을 포함해 조합원의 과반수가 출석해야 개회가 가능하므로 미리 서면으로 결의서를 제출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서면결의서는 보통 오에스(OS: Out Sourcing) 요원이라고 불리는 아줌마 부대가 수거하고 있다. 총회에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시공업체 선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면결의서 내용을 잘 읽어보지 않고 오에스 요원들이 말하는 대로 서명만 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재건축 조합은 지체 없이 그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 등 소유자에게 조합에 가입할 것인지 질문해야 하고, 2개월 내에 답변이 없는 토지 등 소유자에게는 그로부터 2개월 내에 매도청구를 해야 한다.

 

매도청구 소송이 완료됐는데 대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반소를 제기해야 한다. 반소를 제기하면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 제공, 부동산 인도, 권리제한등기 말소 등을 한 후 이를 조합에 통보한 날로부터 연 15%의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조합이 돈을 늦게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분들을 보면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창희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
서울고등검찰청 송무부 부장검사
제22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지청장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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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06 1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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