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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48·여) 씨는 걷는 게 고통스러웠다. 언제부턴가 엄지발가락 아래 돌출된 부위가 신발에 자꾸 스쳐서 통증이 심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육아까지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선뜻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통증을 최대한 참고 버텨오던 중이었다.


치료를 차일피일 미룰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갔고 엄지발가락이 어느새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며 돌출되는 형태로 발 모양도 점점 흉하게 변했다. 구두를 신는 게 두려웠고 출퇴근은 물론 발을 딛고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입원을 했지만 수술 후 반듯하게 교정된 발을 보며 수술하기를 잘했다며 즐거워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무지)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 엄지발가락 아래 뼈가 툭 튀어나오는 내측의 돌출부위가 신발에 반복적으로 마찰,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게 되는 질환이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23%에서 발생한다고 하며 발 변형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지외반증 진료환자 중 여성 진료 인원이 83.1%로 남성(16.9%)보다 약 5배 높으며 특히 여성 중에서도 50~60대가 약 51%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병 중 하나인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검지 발가락 쪽으로 휨과 동시에 엄지발가락은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족부질환으로 하이힐이나 발볼이 좁은 딱딱한 구두 등을 자주 신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게 된다. 20대 여성에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나 보다 긴 시간 동안 해당 종류의 신발을 신었던 중년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키 높이 신발이나 뒷굽에 깔창을 즐겨 넣어 신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남성 무지외반증 환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구두 굽이 3㎝ 이상일 경우 발에 무리가 오게 되는데 특히 하이힐은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어 엄지발가락에 하중이 집중된다. 발 전체에 골고루 가해져야 할 압력이 한 곳에 집중적으로 가해지면서 염증과 굳은살이 생기게 되고 더 심해지게 되면 발가락 관절이 붓게 된다. 발가락뼈를 둘러싸고 있는 관절막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엄지발가락이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으로 발전한다.


무지외반증의 주요 원인은 유전적 원인과 외부 원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유전적 원인은 무지외반증 환자의 약 63%가 부모 중 한 명이 무지외반증이 있다고 한다. 또 발이 평발이거나 넓적해 구조적으로 쉽게 발병할 수 있는 경우도 유전적 원인을 통한 무지외반증의 사례라 볼 수 있겠다. 외부 원인은 앞쪽이 좁은 구두나 하이힐, 키 높이 깔창 등 불편한 신발의 착용이 주원인이 된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합병증으로도 발생할 수도 있다.


무지외반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발가락 변형이 계속 진행된다. 잘못된 걸음걸이로 인해 허리, 무릎, 골반의 건강까지 악화한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의 휘어진 각도를 계산해 15~20도 사이는 경증, 20~40도는 중등도, 40도 이상이면 중증으로 분류해 치료하게 된다.


무지외반증을 초기에 발견한 경우라면 진통소염제와 같은 약물치료와 신발교정과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변형과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앞 공간이 넓고 굽이 낮은 편안한 신발로 바꿔서 신거나 특수 깔창, 고무 재질의 교정기를 사용해 통증을 줄이고 붓기가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휘어진 정도가 심하거나 다른 발가락까지 변형이 이미 진행된 경우이거나 지속적인 보존적 치료로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을 때와 같이 중등도를 넘어간 상태라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므로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무지외반증의 수술적 치료는 발의 변형 정도와 환자의 나이, 통증을 유발하는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뼈를 깎아 낸 후 내외 측으로 치우친 뼈를 절제해 각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다. 최소 절개로 빠른 회복을 유도하고 후유증과 재발 감소를 막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다.


과거 4~5㎝ 정도의 절개가 필요하였던 무지외반증 수술과는 달리 최근에는 ‘무절개 교정술’이 시행되며 5㎜ 정도로 아주 작은 절개를 통해 교정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엄지발가락 주변에 미세한 구멍을 3~4개 뚫어서 엄지발가락 뼈에 실금을 내고 엄지 뼈를 밀어 넣은 다음 핀으로 고정하게 된다. 절개 부위가 작아서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고, 붓기가 적어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 샌들을 신거나 할 때의 미용 측면에도 유리하고 3일 정도면 퇴원 등 일상생활의 빠른 복귀도 장점이다. 수술 자체는 30분 내외로 짧은 편이다.


무지외반증은 굽이 높거나 발볼이 좁은 신발을 피하고 편안하고 바닥이 부드러우며 발 공간이 넉넉하며 낮은 신발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걸을 때의 발 모양도 중요하다. 발이 ‘뒤꿈치 - 발바닥 – 앞꿈치’ 순서로 자연스럽게 땅에 닿도록 걷은 것이 좋다. 무엇보다 무지외반증은 진행형 질환으로 변형이 시작되면 점점 악화하는 것을 막기 어려우므로 증상 초기에 병원에 내원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족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발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신발을 발에 맞출 것이 아니라, 발에 신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저마다 제각각 그 형태가 다른 발에 신발을 제대로 맞추는 것만으로도 족부질환의 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매일 사용하는 발, 건강을 위해 신발만큼은 좀 더 편한 것으로 욕심을 좀 내어보는 것이 어떨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 심승보

연세더바로병원 대표원장
현 성균관의대 정형외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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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2-08 12: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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