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치열한 노력과 열정으로 캔버스 위에 자연을 담아내다” - 이미숙 서양화가
  • 기사등록 2011-11-01 00:44:14
  • 기사수정 2011-11-01 00:44:16
기사수정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앞에 높여 있는 3차원적인 공간을 캔버스 위에 2차원적인 패턴으로 옮기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림은 그것을 통하여 멀리 바라보는 창(窓)이며 고전적인 광대한 경관의 풍경에는 멀리까지 많은 빈 공간이 흔히 들어있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감상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작가는 노력한다. 이처럼 풍경은 단지 배경의 범주를 벗어나서 그 자체로서 주제가 된다. 풍경화의 전통은 흔히 울퉁불퉁하고 대규모의 시골의 웅대한 광경으로서, 화가로 하여금 그 장소의 느낌과의 교감을 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화가로 하여금 상당한 숙련을 요구한다. 이에 좋은 풍경화를 그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작업이며 전념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가운데 자연의 아름다움과 장관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풀 한 포기부터 돌, 물, 산 등의 색채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열정적으로 온 힘을 쏟는 화가가 있다. “풍경화에 대한 마음은 애정을 뛰어넘어 사랑 그 자체”라고 말하는 서양화가 이미숙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주의적 화풍’ 위로 흐르는 따스한 ‘인간미’

사실적인 그림은 사람을 감탄하게 만들며 때로는 감동시키기도 한다. 진정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극명하게 재현하는 그림은 사진을 보는 감동과는 전혀 다른 놀라움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와 분간키 어려울 만큼, 혹은 실제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솜씨에 대한 경외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솜씨는 손의 기능을 고도로 숙련시킨 결과이다. 하지만 진정 사람을 놀라게 하는 사실적인 그림은 실제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미화되는 것은 화가의 미적 감각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는 까닭이다.

이미숙 화가의 그림은 사실주의 미학을 표방한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실주의 화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사실주의 그림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풍경이나 정물 또는 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구성이나 구도에서 남다른 감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단지 풍경을 그린 그림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따스한 인간미마저 느껴지기에 감성을 자극시킨다. 지난해 10월 광주시청홍보관內 갤러리에서 열린 이미숙 화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 ‘자연은 아름다워라’는 이처럼 고도의 테크닉과 감성적인 부분들을 모두 아우르며 평단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풍경화의 진수를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다. 평단에서는 이미숙 화가의 작품에 대해 “자연을 통해 순수해지는 마음과 어지러운 세상에 여유조차 잃어버린 현실에 따뜻함을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자연의 웅장함에 숙연해지는 마음까지 들게 만들어준다”고 말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숙 화가는 전시회에 앞서 “제 그림 속에서 포근한 어머니의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차가워진 현실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전시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연’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다

이미숙 화가의 풍경화 작품은 바닷가나 강가 또는 숲과 계곡 가옥 등의 보편적인 풍경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자연을 바라보는 그 자신의 관점은 일반성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일관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에만 현혹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그 풍경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갈구한다. 다시 말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도 의미를 묻고자 하며 가치를 증명하고자 끊임없이 고찰한다. 이에 투명한 계곡의 물을 그리고자 할 때에도 나무 한 그루를 세운다던가, 나뭇가지 하나를 슬쩍 밀어 넣는 식이다. 이때 나무나 나뭇가지는 의인화되어 그 자신의 존재성을 암시한다. 그림의 골격을 이루는 구도에서 그는 화면을 대담하면서도 간결하게 구성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실제로 풍경의 현장작업에 들어서면 수많은 대상들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어 필요 이상의 대상을 생략하거나 단순화하기가 쉽지 않고 자칫 혼란스러워지고 복잡해져서 함축성 있는 이미지를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제 되어진 구성 속에 치열한 설명적 요소의 조화는 그의 풍경화를 서정적이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와 같은 화면 구성력은 오랜 시간 현장 사생의 경험과 이지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대상을 크게 보고 주관적이며 사유적인 공간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어루만지다

이미숙 화가의 풍경화에서는 때로는 인물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지난 2004년 단성갤러리에서 열렸던 그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대화>라는 작품을 보면 사선으로 기울어진 나무 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아 대화하는 두 인물이 보여 진다. 사선으로 뻗은 두 그루의 나무와 그 아래 앉아 있는 두 인물 간의 구도에서 두 인물의 대화를 마치 사선으로 뻗은 두 그루의 나무가 그들의 관계를 더욱 잘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풍경과 인물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새롭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의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역시 무언가 인물의 등장을 통해 숨겨진 의미를 담으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동적인 존재인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일단 정적인 풍경으로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 이는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고즈넉하게 보이는 자연풍경을 침묵으로부터 깨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인간과 공존하는 생기 넘치는 자연으로서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치밀한 묘사력의 사실적인 풍경은 대체로 정적이기 마련이다. 현실에서는 그림에 등장하는 산과 숲과 나무 물 따위의 물상은 모두 살아 있다. 살아 있으므로 동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영에 불과한 그림에서는 그 생명감을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 마치 실제처럼 묘사하여 시 지각으로 하여금 살아있는 듯이 착각을 일으키도록 만들 따름이다. 그의 그림 또한 이러한 묘사기법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나 아무리 살아있는 듯이 그린다고 할지라도 그림에서 느끼는 이미지는 정지되어 있는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가동의 이미지이기에 생동감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이처럼 침묵에 싸여있는 자연풍경에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돌연 생기가 넘치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는 것이다. 숲 속으로 피크닉을 나온 남녀라든가<대화>, 호숫가의 낚시꾼<휴식>, 숲으로 난 신작로를 가로지르는 여성<산행> 등의 모습은 신선한 공기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어루만지며 소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인물은 정적인 이미지를 동적인 이미지로 바꾸는데 그치지 않는다. 인물은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곧 인물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던가, 또한 인물의 표정에 내면세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면세계가 무엇을 뜻하든지 간에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사유의 흔적을 드러낸다는데 있다. 인간 삶에 관련해 어떤 통찰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아마도 치밀한 묘사력과 깊이에서 비롯되는지 모른다. 결코 가볍지 않은 진지함과 무게 그리고 깊이가 그러한 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사물의 이면(裏面)’을 들여다보다

이미숙 작가는 정물화의 경우에도 어딘가 새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그 새롭다는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선적으로 구도 및 구성 그리고 배경처리에서 새로운 시각이 보인다. 선인장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사선구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비범한 시각이다.<선인장> 불안정한 사선을 수직선으로 떠받치는 절묘한 방법으로 흔치않은 구도의 정물화를 완성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꽃과 인물을 대비시키는 작품도 있다.<향기> 이 또한 파격적인 발상이다. 옆모습의 인물을 화면 오른쪽 하단에, 꽃은 화면 왼쪽 상단에 배치하는 사선구도이다. 남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과 만나려는 의지가 이와 같은 구도를 가능케 하고 있다. 아울러 하늘을 배경으로 놓여있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종류의 선인장을 그린 작품은 올려다 보이는 양각구도 탓인지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은 예술가에게 부여된 권능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작품에서는 이처럼 예사롭지 않은 능력이 읽혀진다. 작가의 정물이나 풍경 또는 자연의 일부를 근접(Close-up)하게 표현한 화면의 초점의 지점(Focal Point)에서 보여 지는 치밀한 여백의 처리와 명암의 대비(Contrast)등은 화면의 지루함을 없애고 긴장감을 주며 주변화면의 평면적으로 생략된 요소들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틈><양지>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작가적인 신뢰감으로 작용하는 정밀한 극사실적인 묘사력에 의해 지어내는 밀도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형태미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작가에 있어 이러한 면들은 조형적으로 안정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지 물감이 만들어내는 가공의 이미지일 뿐이라는 선입견을 물리칠만한 질감은 물감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정신적인 영역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소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질로서의 사실성을 드러냄으로써 그림 이상의 의미를 끊임없이 부여시키고 있는 것이다.

 

‘남다른 시각·탁월한 미적 감각’, 앞으로가 기대되는 화가

이미숙 화가는 한국미술협회 광주지부와 국제 문화 예술협회, 국제 작은 작품미술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93부터 현재까지 100여회 단체전시회와 뉴욕세계 미술대전을 비롯하여 칭따오 국제 미술제 외 20여개의 대외 전시와 6회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삼양국제예술박람회에서 이사장상 수상 및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에서 특선 수상을 비롯해 뉴욕세계대전에서 대상수상과 타쉬켄트 국제 비엔날레 및 우즈벡 실크로드 전 등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작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남보다 스스로에게 더 엄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어느 작품 하나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바흐는 독일어로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시냇물이 없으면 바다를 이룰 수 없는 법이다. 막히면 돌아가고 높으면 모았다 가더라도 한눈팔지 않고 신념으로 요란스럽지 않으면서 그저 묵묵히 캔버스 위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미숙 화가. 그의 남다른 시각 및 미적 감각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능력이 아닌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결과이다. 앞으로 그려지게 될 이미숙 화가의 바다가 기대된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1-11-01 00:44:14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